쉴 틈 없이 달려왔던 2024년도, 어느덧 마무리를 앞두고 있습니다. 다들 올 한 해 목표했던 일 모두 이뤄내시고, 지난 일 년을 돌아보며 소중한 사람들과 연말을 맞이할 준비를 끝내셨는지요? 그렇다면 정말 부럽습니다.. 저는 지금 결과보고서 지옥을 목전에 두고 있거든요. 한편으로는 이 편지를 읽고 계신 여러분도 비슷한 처지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연초에는 조금 여유롭게 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이번 겨울도 함께 잘 통과해 보자는 응원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번 편지는 아시는 분들은 알고 계실, 추의 다사다난했던 서울에서의 첫 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종종 단편적인 이야기를 전해 듣긴 했지만, 이렇게 정리된 글을 읽으니 또 새롭게 다가오더군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무엇 하나 포기하지 않고 본인에게 다가온 장애물을 결국 엄청난 자양분으로 만들어버린 추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여러분은 스스로에게 벅찬 순간이 다가왔을 때, 어떤 자세를 취하는 편인가요? 추와 같이 짧지만 강렬한 시기를 보냈던 적이 있나요? 그로 인해 여러분에게는 어떤 변화가 찾아왔나요?
이번 편지를 통해 여러 질문을 던져볼 수도 있고, 추의 한 페이지를 들여다보며 우리의 한 페이지를 정리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모쪼록 양배추레터가 또 다른 양배추 님들의 일상에 느낌표(!) 하나가 될 수 있기를 바라요. 무언가 찾아왔다면(?) 답장을 통해 저희에게도 알려주세요. 이번에는 저번 편지에 대한 답장도 하나 수록되어 있답니다. (기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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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H. 너에게 편지를 쓰고 싶은 마음 반, 쓰고 싶지 않은 마음 반이었는데 양과 배, 다른 동료의 응원에 힘입어 처음이자 마지막 편지를 쓴다. 잘 쓰려고 너무 애쓰지 않고, Ace of Swords의 힘으로 써볼게.(Ace of Swords는 글을 쓰고 있는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요?’ 라는 질문에 내가 뽑은 카드야.)
너를 처음 알게 됐을 때, 굉장히 두근거리고 설렜었어. 첫눈에 반한 것까지는 아니지만 갑작스러운 만남이 두렵기보다 벅차올랐던 것 같아. 아무것도 몰랐으면서. 하긴, 아무것도 모르더라도 상상만으로 좋아할 수도 있지. 그럼에도 주저했던 건 내가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것들을 해내야 했기 때문인 것 같아. 하고 싶지 않았던 서울 살이, 지역에서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직책과 직무, 생소한 ‘스포츠’ 영역이라는 것까지. 그러나 결국 너와 강렬한 시간을 함께하게 된 건 올해 나의 성장 카드인 Wheel of Fortune이 이끌어 준 운명이었을까?
얼마 전 친구가 말하길, 나는 굉장히 운명론자인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내가 원하는 대로 운명을 개척해 나가고 있으면서 운명적이라고 느끼는 것 같다더라. 그 말에 나는 반은 맞고 반은 다르다고 답했어. 나는 네가 내 인생의 변수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상수가 되었다고 생각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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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에는 시간이 흘러가고 있어서일까, 힘들었던 것보다 좋았던 것이 많이 떠올라. 힘들었던 것의 총량이 더 많기 때문에 더 긴 시간이 필요하긴 하겠지만 H, 너는 나에게 많은 변화를 있게 해주었으니 이왕이면 너의 좋은 것을 더 많이 생각하고 싶달까. 그리고 너와의 짧지만 강렬했던 시간은 내가 알던 것을 더 깊게 알게 해주고 몰랐던 것을 새롭게 알게 해주었어. 여러 번 소감을 말할 기회가 있어 순간순간 이야기한 것들도 있지만 이번 기회에 제대로(?) 정리해 보려고 해.
1. 나는 자신의 진심을 다해 일하는 사람을 좋아하고, 그런 사람들과 일할 때 행복하고, 그런 사람들이 나를 인정해 줄 때 굉장히 행복하다.
- 다른 영역에 있거나, 나랑 맞지 않는 듯 보이던 사람도 대회 기간 내내 각자의 역할을 다하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거든. 그래서 말도 안되는 대회가 치러질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해. 일의 과정에서는 고민의 관점이나 사람에게 진심인 사람들을 만나, 배를 만들면서 배를 띄워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도 탈출하지 않을 수 있었어. 그리고 그들의 사랑과 인정에 큰 힘을 받기도 했단다.
2. 같이 일하지 않으면 어떤 사람인지 절대 알 수 없다.
- 반대로, 좋아 보이고(그럴싸해 보이고) 나랑 비슷한 방향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믿었던 사람도 같이 부대끼면서 일을 해봐야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
3. 일을 할 때는 드러나는 것만 보지 말고, 이면에 있는 것까지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 사실 초반에는 탈출하려고 생각한 적도 있었어. 어떤 곳에서 동시에 2명을 구인하는 공고를 봤거든. 그러면 뽑힐 확률이 높겠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더라고. 하지만 결국 남기로 하고 돌이켜 보니 '어떤 일이 있었길래 한 팀에서 2명을 동시에 뽑게 된 걸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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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가장 무능력한 리더는 자신의 힘듦을 시도 때도 없이 토로하면서, 대책 없이 일을 벌리는 사람이다.
- 일을 하다 보면 누구나 힘들지. 각자 자기 자리에서 감당해야 할 몫이 있는 데다, 다른 위치에 있기 때문에 서로 이해하기란 더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있어. 그럼에도, 그럼에도, 책임을 져야 하는 리더는 자기의 힘듦만을 토로하여 동료의 입을 막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해. 난 그럴 때마다 정말 입이 탁탁 막히더라고. 그리고 진짜 대책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5. 내가 거쳐온 조직들은 나를 제대로 쓰지 못했다(쓰지 않았다).
- 그전엔 몰랐는데 조직이 어떤 직책을 주는지 보다 어떤 역할과 권한을 주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 내가 거쳐온 조직들은 참말로, 나를 잘 쓰지 못하는구나, 나는 정말 잘 쓰이고 싶었던 거구나- 라는 걸 깨닫게 됐지. 나를 믿고 나의 성장을 고민해 준다면, 기꺼이 뼈를 갈아 넣고 싶었는데 말이야.
6. 팀 스포츠는 단기간 내 각자의 역량을 성장시켜야 하지만 구성원의 팀워크가 쌓이지 않으면 하기 어려운 종목이다.
- 다양한 주제와 방식으로 기획 프로젝트를 꽤 많이 해보았지만, 약간은 인위적이기도 했고 자발성을 심도 있게 이끌어 내기 쉽지 않았던 것 같아. 동료들의 투여에 따라 참여자의 편차가 달라졌지. 하지만 처음 겪어본 팀 스포츠는 단기간에도 각자 성장하게 하고 목표를 갖게 하고 집중하게 하고 더불어 상대를 이해, 최소한 인정하게 하는 아주 멋진 활동이라는 것을 배웠어.
7. 서울도 구 단위로 쪼개어 보면 로컬일 수 있다.
- 지역에 있으면서 서울을 서울로만 바라보다 보니 이렇게 다양하고 촘촘한지 몰랐어. 관광객 모드로는 하루에 경복궁 갔다가 홍대 갔다가 잠실도 갈 수 있지만, 서울 사람은 그렇게 다니지 않는다는 걸 이제 알게 됐지. 그리고 모든 구를 다 경험해 본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 서울이 마냥 낯설지 않게 도와준, 마포구를 떠올리면 서울이 아니라 로컬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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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사람을 가장 열받게 하는 것도 사람, 사랑으로 기꺼이 하게 하는 것도 사람이다.
- 정말 쏠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누군가를 미워하면서도 누군가와의 협업이 끝난다는 것만으로 눈물을 광광 쏟고, 집 밖에서 11박을 하며 끼니를 잘 챙기지 못하면서도 누군가의 밥과 잠을 걱정했던 시간을 겪어냈으니 당연한 걸까.
9. 심신에 충격을 받을 만한 사건을 겪으면 사람은 각자의 방식과 속도로 그것을 소화 해낸다.
- 여러 번 강조해도 모자라지만 너도 알지? 말도 안 되는 기간 안에 말도 안 되는 상황 속에서 해낸 거. 그러다 보니 함께했던 사람들은 모두 심신에 크고 작은 충격을 받았어. 좋은 것과 나쁜 것 모든 게 뒤섞여 있었지. 하지만 같은 과정을 겪었어도 사람들은 다 각자의 방식과 속도로 그것을 소화해. 소화하고 있는지 모르는 채 소화하기도 하고, 안간힘을 쓰기도 하지. 그 다름을 인정해 주면서도 곁에 있어주는 동료가 있다는 게 가장 큰 위로일 거야.
10. 너는 정말 굉장한 의미와 문화적 가치가 있다.
- 최근에 많은 도움을 주셨던 한양대학교에서 너와의 소회를 이야기할 기회를 주셨는데, 그때 스포츠 마케팅을 도와준 P 대표님과 내가 나란히 앉아 이야기하게 됐어. P 대표님은 글로벌 스포츠 대회로써 네가 잘될 수 있도록 노력했고 끝난 후엔 자신의 삶에서 ‘홈리스(Homelessness)’였던 시절을 떠올리게 됐다고 하셨지. 나는 사회적 가치를 담은 대회로써 시민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했고 끝난 후엔 팀 스포츠의 매력을 알게 됐다고 했지. 이렇게 서로의 생각이 교차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 것만으로 너는 너의 몫을 다 했다고 생각해. 참여한 선수들에게 변화의 씨앗을 심어준 것은 당연하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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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쓰고 보니 나 정말 많이 배웠네, 덕분에. 인생에서 이렇게 단기간에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일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어떤 분은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 이 일이 앞으로 무언가를 결정하고 해나갈 때 아주 중요한 기준점이 될 거라고. 나도 그 말에 동의해. 그래서 나는 H, 너를 기준 삼아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 보려고. 이번에 너와 함께하면서 많은 말을 뱉었거든. 가치, 방향성, 의미를 이야기했으니 최소한 그 말이 가지는 무게를 알고 책임지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싶어. 부족하고 잘 못하더라도 그럴 때마다 인정하면서 말이야.
그리고 너와의 만남으로 나는 새롭게 해보고 싶은 것이 생겼어. 조금 더 고민하고 다듬어서 H, 너에게도 짠-하고 알려줄 수 있으면 좋겠다. 잘 하고 싶은 부담감에 속도가 더디긴 하지만, 하고자 하는 의지와 마음은 충분하니 곧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 내 삶에 상수가 된 H, 너를 제대로 다시 만날 날이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잘 지내길 바라. 다시 만날 날, 각자 더 성장해서 만나자.
고마웠다! 안녕, 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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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추는 여행 중입니다. 자신이 걸어왔던 길을 정리하고 환기하기 위해서죠. 분문에 제시된 10번까지의 깨달음은 '추'가 정말 반년간 고생과 보람으로 얻은 시간의 액기스라고 할 수 있겠네요. 여행 중 적은 글이라 그런가 '그동안 힘들었고 다시는 보지 말자!!'의 느낌도 납니다. (웃음) 추의 2024년은 H였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기에, 저 단어와 문장 속에 어떤 고민이 담겨있을지 가늠이 안되지만 분명한 건 H와의 과정을 통해서 어떤 보이지 않은 큰 벽을 추가 넘은 것 같다고 동료로서 박수 쳐주고 싶습니다. 앞으로 어떠한 길을 걷고 길을 만들어나갈지 추의 다음 걸음이 기대됩니다! 😊 - 양 - |
어마 무시한 산을 힘겹게 넘은 추의 과정을 지켜보며 마음이 안 좋던 때가 많았어요. 하지만 모든 일이 끝난 뒤 한결 후련해진 모습으로 만났을 때, 그리고 그로 인해 변화한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다양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일단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좋은 의미로, 저는 그렇게 못 했을 것 같아서!😅) 또 부럽기도 했어요. H와 함께했던 날들이 힘들기도 했겠지만, 그만큼 얻은 것도 많아 보였거든요. 인생에서의 큰 전환점, 같은 순간을 공유한 친구와 동지들, 전에 없던 새로운 목표까지! 물론 이를 자신의 것으로 데려올 수 있었던 것도 추의 능력이겠지요. 앞으로 펼쳐질 추의 빛나는 길을 응원해요. ✨ - 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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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선택 : 창업
올해 유난히도 많은 선택과 과정이 있었습니다. 모두 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들이었어요. 어떨 때는 부침으로 다가오지만 어떨 때는 보람으로 다가오기도 했어요. 그러한 선택 중 저는 올해 최고의 선택은 '창업'으로 할래요. 이 선택 덕분에 새로운 길들이 마구마구 쏟아졌거든요. (좋은 길이라곤 말 안 했다.) 여러분의 올해의 선택은 무엇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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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학업의 병행.. 다신 하고 싶지 않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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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가장 뿌듯한 일 : 졸업
재작년부터 저를 괴롭혔던 대학원 과정을 무사히 끝마쳤어요. 힘에 부치는 순간들도 많았지만.. 매일 새벽까지 잠 못 들었지만.. 그만큼 얻는 것도 많았을 것이라 믿어요. 이 시기에 힘들게 뿌려둔 씨앗이 나중에 옹골찬 열매가 되어 저에게로 돌아오겠지요? 아무튼 당분간은 학교 쪽은 쳐다도 안 볼 겁니다. 헤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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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음료 : 아샷추
아샷추가 '아메리카노에 샷 추가'로 알고 계시는 분은 없으시겠죠? (웃음웃음) '아이스티에 에스프레소 샷 추가'의 줄임말인 아샷추는 진짜 올해 저를 버티게 해준 음료입니다. 얼마나 많이 마셨는지 몰라요. 그런데 매번 힘들고 지칠 때마다 마셔서 그런가, 제가 직접 찍은 사진이 없네요. 처음엔 이상할 수 있지만 먹다 보면 맛있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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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또 다른 양배추
- 룡룡 : 평소처럼 가벼운 커피 마시러 들어왔다가 톡 쏘지만 시원한 사이다를 마신 느낌이네요. 사실 제목만 보고 오호.. 저격? Y가 누구지..? 크크 음습한 마음으로 메일을 열었드랬습니다. 근데 장표 첫 장을 본 순간 제가 메일을 잘못 열었나 했네요. 윤석열을 탄핵하라! 사실 마음속에 늘 품고 있지만 요즘 어디 말할 데가 없었거든요. (탄핵정국으로 간볼 간잽이들이 싫기도 했고요.) 배가 누군지 아직 잘 모르지만 덕분에 속이 시원했네요. 요즘 속이 별로 안 좋은데, 속 스릴 때는 양배추가 좋다더군요. 자주자주 열어보고 속을 풀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고 해야겠습니다. 이번 편지도 잘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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