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 몸과 마음을 어찌할 바 모르겠는 '갈🍂', 잘 보내고 계시나요? 눈 깜빡하면 금세 겨울이 올테니, 이 좋은 (짧은) 가을을 오롯이 느끼시길 바랍니다. 여름의 끝자락이던 지난 9월 양배추는 각자의 현생에서 치이고 부대끼느라 또 다른 양배추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발송일을 10일 늦추는 호방한 결정을 하였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 사과드리며, 그럼에도 좋은 글을 생산하기 위해 고민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소심하게 말씀드려 봅니다.
'기억'은 '이전의 인상이나 경험을 의식 속에 간직하거나 도로 생각해 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바쁘게 지내다가도 어떤 노래나 향기, 누군가의 말, 비슷한 장면과 같은 자극을 받을 때 잊고 있던 기억이 소환되지요. 아마 '양'도 새로운 동료들을 만나 이야기 나누다 잊고 있던 X들에 대해 떠올렸고 조금은 벅찬 마음을 털어놓기 위해 레터를 쓴 것 같아요. '양'의 마음을 다 가늠할 수는 없지만 먼 훗날 X가 된 '양'에게 심판의 날이 아닌 회고의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X인가요? 아니면 다른 X가 바로 떠오르시나요? 여러분의 답장은 양배추를 춤추게 합니다. |
X. 당신을 어떻게 정의 내려야 할지 몰라 제목을 정하는데 꽤나 애를 먹었습니다. 한 명이기도 하지만 여러 명이기도 한, 고마우면서도 미운, 사람일 수도 있지만 사람이 아닐 수도 있는. 그러한 당신은 나의 욕망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절망이기도 합니다. |
최근 여러 지역에서 온 동료들을 한곳에서 만나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각자의 X(선배)에 대해 이야기했던 순간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때 누군가 저를 "○○(과거 일했던 지역)에서 온 □□"라고 소개했는데요. 저도 모르게 손사래를 치며 그 소개를 바로 정정했습니다. 그토록 사랑했던 지역인데.. 어쩌다 이렇게나 부정하게 된 것일까요? 이 고민은 결국 X, 당신에게까지 도달했고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과거 당신은 제게 꽤나 멋져 보였습니다. 앞서 욕망이라 표현했던 이유는, 제가 출발하던 순간에는 저도 언젠가 당신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시작하는 사람에게 당신은 하나의 이정표가 되겠지요. 실제로 저는 당신에게 배운 점이 너무나도 많아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가진 게 많아서일까요? 손에 쥔 것을 놓으려 하지 않는 모습에 가끔은 실망하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보이지 않는 손짓으로 엄청난 작당을 펼쳐 주위를 깜짝 놀래기도 합니다. 그것은 어떤 순간엔 제게 성장의 기쁨으로 다가왔지만, 최근에는 절망의 비수로 날아오기도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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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당신에게 가지는 저의 감정은 매우 복합적입니다. 어찌 됐든 X 덕분에 많은 것을 배웠고 그것을 통해 저는 생태계의 일원이 되어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앞으로 저는 때때로 당신과 협력하기도 하고, 또 경쟁하기도 하겠죠. 저는 요즘 졸업과 동시에 광야에 던져질 저의 예비 동료들과, 어떤 일들이 마무리되는 과정 같은 것들을 관찰하고 있는데요. 과정이 납득 가지 않더라도 우리가 이 일을 해낼 수 있도록 성장시켜준 당신에게 고맙다고 말해야 할지, 혹은 우리네의 젊은 열정이 뜨겁게 갈려나갔지만 어떤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것에 대해 원망해야 할지 참으로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단 동료들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해보려 합니다.
한 달 전 또 다른 동료를 만나 당신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한번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때 제 동료는 “아무도 나를 지켜주지 않더라. 그래서 퇴사하려고”는 말을 건네왔고, 길게 이어졌던 술자리 내내 그 말은 계속 제 주변을 맴돌았습니다. X는 우리에게 경험을 시켜주는 사람인가? 다양한 일을 경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가? 그렇다면 책임은 누가 어디까지 지는 것이 맞는가? 몰라서 보지 못하는 걸까, 알면서도 외면하는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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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얘기했듯 저는 당신과 협력 관계일 때도 있지만, 갈등 관계에 설 때도 있습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할 때는 사실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요. 당신과 마주하고 설 때면 누군가는 저를 지적하기도 합니다. 조금 더 유연하게 풀어낼 방법은 없었는지 질책하거나, 배은망덕한 사람이라 비난하지요. 그 말들 속에서 저는 세 가지 질문을 도출해 보았습니다. 첫 번째, 당신과 반목하는 상황에서 내가 취할 수 있는 고결한 방법이 있을까? 두 번째, 어떤 선택을 한 나에 대한 존중은 이루어지는 것일까? 세 번째, 사람들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당신에게도 돌을 던질까? 세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 보았을 때 저는 모두 ‘없음'이나 '아니오’라는 답을 내렸습니다. 우리의 관계 속에서 과연 '객관성'이란 존재하는 것일까요? 혹은 선-후배이기 전에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이기에, 객관성이란 처음부터 존재할 수 없었던 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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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편지는 우리네 생태계, 그리고 그 속의 질서를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아직 그 고민의 해답은 내리지 못한 상태이지만 이 판의 큰 손이자 다수를 구성하고 있는 당신을 보며 하게 된 결심이 있습니다. 저는 작은 움직임으로, 사람들에 대한 다정한 관심을 잃지 않고, 같은 고민을 하는 누군가와 함께 우리의 세계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려 합니다.
당신은 대체적으로 이분법적인 사고로 저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우리 아니면 적. 하지만 저는 계속해서 당신에게 배울 점은 배우고, 아닌 점은 아니라고 말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물론 저를 판단하는 건 또 다른 누군가일 것이고, 저 또한 언젠가 X가 되는 심판의 날을 피할 수 없겠지요? 그럼에도 저는 최소한 ‘사람’에 대해 생각하고 싶습니다. 저의 곁에 있는 사람에게 고마운 것에 대해서는 고맙다고, 미안한 것에 대해서는 미안하다고 용기 내어 말할 것입니다. 동료를 생각하고, 그 사람들의 다음을 함께 고민하고, 같이 도모할 수 있는 일을 궁리하는 그런 X가 되고 싶습니다.
그렇게 걸어가다 보면, 어쩌면 제3의 길을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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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번 편지는 마치 비문학 지문과 같이, 한자 한자 곱씹어 생각하며 읽어 내려가야 했던 글이었어요. 오랜 시간 축적된 양의 고민이 하나의 글에 압축되어 있어 그랬을까요? 📚 양과 함께 일했던 한 명의 동료로서, 양이 이야기하는 '사람'을 생각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 것도 같습니다. 정신없이 지나간 하루 끝에 툭- 하고 슬며시 쥐어졌던 양의 마음. 그 따뜻함이 양이 바라는 제3의 길로 자연스럽게 이끌어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배- 사실 저희가 만나서 이야기 나눌 때와 달리 '선배들'에 대해 글로 표현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선배에 대한 이야기는 곧 미래의 나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니까요.🫠 그럼에도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양'은 자신이 말한 것을 지키며 사는(그러기 위해 노력하는) 동료라는 것에 다른 의심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힘겹게, 써 내려간 이 편지에 따뜻한 응원과 위로의 말이 돌아오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우리는 그럼에도 계속 함께 걸어갈 테니까요.🚶🏼 -추- P.S. 양배추만의 길을 가고 싶을 때면 우리는- |
나만의 서사를 쓰며 달려나갈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노래를 들어요. |
전설 - 잔나비(2019) 내 방황을 멈추어 줘 하루빨리 날 데려가 줘 번쩍, 내 최후의 발악이야 불꽃놀이, 그 마지막 순간이야 남김없이 불태워야 해 그댄 나를 사랑이라 불러 주오 그리되어 드리리 외롭지만 의미 있고, 서툴지만 천천히 성장하는 주인공을 만나요. |
마녀배달부 키키(2007) "애쓰지 말고 그저 쉬어. 산책도 하고, 풍경도 보고, 한낮에 졸기도 하고. 비행 생각은 하지도 말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다시 날고 있을 거야. Stop trying. Take long walks. Look at scenery. Doze off at noon. Don't even think about flying. And then, pretty soon, you'll be flying again." 담대하게 자기만의 길을 가는 작가의 시를 읽어요. |
서시 - 한강 (중략) 아니, 말은 필요하지 않을 거야. 당신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을 테니까. 내가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후회했는지 (중략) ✨ 매월 3일, 양배추 레터를 만나보세요! ✨ 💌 피드백, 질문, 하고 싶은 말 모두 좋아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