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유난히 길었던 겨울이 지나고 진정한 봄이 찾아왔네요. 당연하게 온 것이 아니라 많은 이들의 노력 끝에 만나게 된 봄이라 더 애틋한 나날입니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선택’은 ‘여럿 가운데서 필요한 것을 골라 뽑음’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일상에서 우리는 많은 선택을 하지요. 두 가지 중 하나만 골라야 하는 밸런스 게임에서, 마라탕 재료를 고를 때, 선거에서 유권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며... 일상에서 끊임없이 작고 큰 선택을 하게 됩니다.
양배추 토크쇼(작년 봄)를 마치고 계속해서 우리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기로 결심한 뒤, ‘뉴스레터’라는 형식을 선택하였어요. 그리고 수많은 단어 중 당시 우리를 가장 잘 표현하는 ‘지역’, ‘일’, ‘기획자’라는 낱말을 쏙쏙 골라내어 뉴스레터 타이틀을 정리했지요. 그런데 1년여의 시간이 지나고 보니 양배추의 상황과 상태가 달라졌더라고요. 어쩌다 이렇게 되었지? 생각 해보니 그 사이 우리의 크고 작은 ‘선택’이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쉬는 동안 열띤 토론 끝에 지금의 우리를 잘 표현할 수 있는 타이틀로 문장을 다듬고 양배추의 이야기를 더 잘 전달할 수 있는 방식과 컨셉을 고민하여 여러분께 양배추 레터 ver.2를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짝짝짝) 그리고 눈치채셨겠지만 발송일도 20일로 변경되었어요.
새로워진 뉴스레터를 톺아보며, 한 땀 한 땀 고민한 흔적과 양배추의 선택(에 관한 생각)을 읽어봐 주시면 좋겠어요. 이럴 때, 피드백이 아주 중요하다는 거 아시지요? 선택에 대한 당신의 이야기도 좋습니다. 무엇이든 보내주시면, 양배추에게 큰 힘이 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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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나는 또 학교로 돌아온 것이다.
무려 10여 년 만에 돌아온 학교에선 타과생인 이유로 띠동갑 친구들과 함께 학부생 수업도 듣고 조별과제도 하고 있다. “진작 올걸!” 공부도 시기가 있다고 했던가. 발주처의 의견을 따라가는 글쓰기와 기획서에 절여진 나의 색채를 빼고, 친절하게 맞아주는 대학원생 선생님들 덕에 하루하루 즐거이 공부하고 있다.
그때의 나에겐 다양한 경로가 놓여있었다. 취업준비, 배사장으로서의 포트폴리오 관리, 자기계발 등 여기서 학업을 다시 “선택”하게 된 이유는 단순히 더 많은 지식을 얻기 위해서만은 아닌 것 같다. 가장 강력하게 작동했던 것은 우리네 생태계, 내가 속했던 생태계에 대한 깊은 회의감과 불확실한 전망 때문이었다. 작은 부분이지만 그래도 이때까지 내가 걸었던 길과 약간 걸쳐져있는 전문적인 분야, 기록을 택했고 이는 더 깊은 전문성을 기를 수도 있고 아니면 전혀 다른 분야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의 시간이 될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기획과 기록.. '기'의 굴레 속으로 계속 돌아가고 있는 나. 기록을 택한 것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내가 생산하고 있는 기록이나 콘텐츠 등 전문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어 택했다. 만족하냐고-? 노코멘트하겠다.
하지만 이 선택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두 세계 사이에서 애매하게 위치한 '회색인간'의 처지다. 학교에서는 전적으로 몰입하라는 조언을 듣고 있고, 동시에 현실적인 생계를 위해 프리랜서로서의 포트폴리오를 챙겨야 하는 이중적인 삶을 살아간다. 요즘은 학업 쪽으로 점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완전히 편안한 상태는 아니다.
뜻밖에도, 다시 시작한 공부는 꽤나 즐겁고 흥미롭다. 물론 쉽지 않고 벅찬 순간도 많지만, 오히려 지금 이 시점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흥미로운 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흔히 사람들은 일을 하고 성과를 낼 타이밍에 내가 공부를 다시 시작한 것을 보고 타이밍을 놓쳤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지금의 이 시간이 더욱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거라 생각하며 설렘을 느끼고 있다. 이 선택을 하기 전, 나는 흥미로움과 약간의 불안을 가지고 타로카드와 사주를 보았다. 놀랍게도 결과는 명확하게 "공부는 비추천"이었다. 지금은 성과를 내기 위해 몰입할 때지 학업을 고민할 때가 아니라는 조언이었다. 실제로 학업에 몰두하는 지금도 불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나는 이 선택을 후회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진 않다. 이 시간이 내 역량을 확장하고,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큰 기대와 확신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결국 인생의 모든 선택들은 의미 없는 것이 없었다. 현재 느끼는 이 불안감조차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언젠가 이 모든 순간을 돌아보게 될 때, 오늘의 이 선택이 나에게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 시간이었는지 깨닫게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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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 부산 원툴 기획자. 연구자 기질을 가진 기획자가 모토로, 현재 그 기질을 열심히 쌓는 과정에 있다. 부산에서 이것저것 기웃기웃하고 있다. @rice_com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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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운이 좋은 편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매 삶의 변곡점마다 그렇게 믿기로 선택한다.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일터를 결정한다는 건 꽤 큰 결심이 필요하다.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 서울로 가고 싶다는 일념만 가지고 상경했던 때에도 그랬고, 3여 년 동안 그곳에서 지내다 다시 부산으로 돌아오기로 결심했을 때에도 그랬다. 팔랑귀에다, 추진력이 좋은 편인 나의 모습을 아는 사람들은 의외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정하기 전까지 드러내지 않아 그렇지, 오랜 시간 고심한 뒤에 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은 모두와 같다. 특히 일을 잘 해냈을 때, 사람들에게 인정받았을 때, 그리고 스스로 만든 결과물이 마음에 들 때, 커다란 성취감을 느끼고 그것에 거의 중독되어 있는 나에게는 어떤 곳에 몸담고 일할까란 더욱 중요한 이슈이다.
그렇다면 좋은 조직이란 어떤 곳일까? 내가 생각하기에 좋은 조직이 지녀야 할 덕목에는 이런 것들이 있다. 함께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명확하고, 구성원들이 그것을 납득하고 있는가. 피드백을 주고받는 방식이 서로의 배려 속에서 이루어지는가. 수평적인 관계의 축 안에서 여러 의견이 자유롭게 오고 갈 수 있는가. 리더나 관리자의 언어가 부사수의 경험을 축소하지는 않는가. 이 모든 질문들에 긍정할 수 있는 조직을 찾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다. 평생의 운을 모두 끌어다 써야 할 정도다. 특히 선택의 폭이 매우 좁은 지역에 남고 싶은 사람이라면 더더욱. *한국 전체 인구 대비 부산의 인구 비율은 약 6.5%다. 문화예술 분야 종사자는 전체 취업자의 약 1% 수준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를 전체 인구 대비 약 0.6%라고 가정하면, 부산 내 문화예술 종사자는 약 1,955명으로 추정할 수 있다.
어렵게 선택한 조직에서 충분한 성취를 얻지 못할 때면 나의 선택이 정말 옳은 것이었는지, 이곳에서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의 자잘한 번뇌와 계속해서 싸우게 된다. 일 자체보다 사람이 힘든 것이라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출근길이 지옥 같고, 몸보다 마음이 더 피폐해진다. 심(心)과 신(身)은 연결되어 있으니 이곳저곳 염증도 생긴다. 바로 이럴 때 나는 또 한 번 선택한다. 내부에서 성취를 얻을 수 없다면 시선을 밖으로 돌려보자고.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며 관계를 쌓고, 더 많이 떠들며 또 다른 재미를 찾아보자고. 내게 필요한 것이 기다림이라면 그 틈을 타 나에게 더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보자고.
지금까지의 일 경험을 돌아보았을 때, 내 곁에는 항상 좋은 사람들이 존재했고 내가 원하는 바를 펼칠 수 있는 계기가 생겼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하나의 창구에서 찾지 않았다는 걸 그 궤적을 찬찬히 되짚어보고야 알았다. 조직과 별개로 나는 여전히 동료 기획자들과 연결되어 있었고, 스스로 일거리를 찾아 나섰다. 작은 숨구멍이 절실하게 필요할 때 그것을 마주한다는 것은 얼마나 행운인 일인가. 나아가 선택의 기회를 얻던 것 자체로 나는 이미 운이 좋았던 것이다.
더 나은 기획자로 성장하기 위한 새로운 길이 보일 때까지, 그저 버티기보다 오늘 하루에 감사하며 또 하나의 사실을 믿기로 선택한다.
‘조직에 속해 있더라도 나는 여전히 독립기획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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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혜 직장인 겸 독립기획자. 문화예술, 도시재생을 전공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부산에서 꾸려갈 만한 일은 무얼까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o_vvozl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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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이 좋았던 날, 따릉이 타고 달리다가 마주친 잠수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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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어요?” 나의 일과 이주에 관한 이력을 이야기하면 열에 아홉은 이렇게 묻는다. 하긴, 본가는 대구인데 30대에 부산으로 이주했다가 얼마 뒤 상경까지 했으니 의아할 수 있겠다. 그래서일까, 나는 내가 꽤 주체적이고 자발적이라고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할 수 있는 만큼 해보고, 이건 아니다 싶으면 곧바로 다른 선택을 하게 되더라고요.” 비영리, 공공, 중간지원조직을 거쳐 사회적기업까지 종횡무진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나, 멋있게 느껴지기도 했다. (오만이었다.)
지역을 떠나 서울에서 반상근으로 일하며,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겠다고 결심하고 몇 개월가량 시간이 흘렀다. 별문제 없이 흘러가는 것 같아 보이지만, 현실은 혹독하고 소화하기 버겁다. 늘 비대한 자아가 문제다. 겁도 없이 적지 않은 나이에 서울에서 살겠다니! 이렇게 살아온 것이 처음도 아닌데 이번에는 양상이 다르게 느껴졌다. 대도시라 그런가. 지역에서 보다 더 적은 월급으로 당장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은 쌓여가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진정 내가 하고 싶은 것인지, 그게 무엇이었는지 흐릿해져만 간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오랫동안 심사숙고하고 한 선택이 아니었다. 그저 반복된 이직과 이주에 이골이 난 터라 다시 이주하는 것이 몇 배는 더 싫었을 뿐이다. 그리고 사람이 많고 복잡하지만 그만큼 일자리도 많고, 생태계도 넓게 느껴졌다. 그래서 우연이 겹치고 겹쳐 남게 된 이 도시에서 살아보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그것이 내가 스스로 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멋지게 포장했지만 알맹이는 초라하기 짝이 없고 스스로 한 선택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 못내 아쉬웠다.
그러다 문득 잊고 있던 드라마 대사가 떠올랐다. “대답하지 않는 것도 대답, 선택하지 않는 것도 선택, 이유가 없는 것도 이유”라고 여자 주인공이 내레이션을 한다. 그렇다. 자발성과 주체성의 지분이 얼마나 차지하는지와는 별개로 선택은 그저 선택이다. 선택하지 않는 것도 선택이라는데, 그것보다는 조금 더 적극적이었으니 선택이 아닐 명분이 없다. 그렇다면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최악의 상황은 지금의 선택을 나중에 후회하는 것이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파도처럼 밀려오는 삶의 선택지를 흘려보내지 않고, 마주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어쩌면 주저함 없이 선택하던 과거의 나처럼, 스스로를 믿으며 낙관할 필요도 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더나은 내가, 나다운 내가 되어 있을 것이다. 끝으로, 명심할 것! 영원한 건 절대 없고, 인생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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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영 어쩌다 마포구에 정착하게 된 기획자. 주4일은 일상예술창작센터에서 일하고, 주3일은 '진짜' 내 일과 나를 찾기 위한 작은 시도와 성취를 반복하고 있다. @orothy_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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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에게는 곱씹어 볼수록 잘 했다고 생각되는 선택이 있으신가요? 이 질문을 들으면, 저는 한 가지 선택이 떠오르는데요. 그건 바로 교환학생을 다녀오기로 선택한 것입니다. 두 가지의 언어는 기본적으로 하는 사람들을 만나며 ‘나는 정말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라는 깨달음을 얻기도 했고요. 말이 잘 통하지 않아도 친구가 될 수 있음을 배움과 동시에, 벨라루스-러시아-몽골-카자흐스탄-중국-프랑스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바다를 건너온 그들과 너무 소중하고 귀한 추억을 쌓기도 했어요.
당시에는 그리 큰 고민을 하고 선택한 것이 아니었지만, 다녀온 전과 후의 저는 정말 많이 달라졌습니다. 인생을 살며 가장 잘한 선택 중 하나라고 생각할 정도니까요! 여러분이 꼽은 인생의 선택은 무엇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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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또 다른 양배추
- 룡룡 : 성과 있는 지난 한 해를 보낸 양배추 세 분께 박수를 드려요. 창업-논문-새 프로젝트. 셋 다 만만치 않은 작업이네요. 고생 많았습니다. 곁다리로 하나만 더하자면.. 지난 편지에 어떤 힘이 있었는지 대통령은 미쳐서 계엄을 선언하며 내란을 일으켰네요. 양배추가 돌아올 때쯤에는 꼭 탄핵이 완수되었길 바랍니다. 추운 겨울 따스히 보내시길 바라고 뱀의 해에 새 정부와 다시 만나요. 안녕! → (🥬) 짝짝짝! 룡룡님과 저희를 포함한 많은 국민들의 바람대로, 탄핵이 완수되었습니다!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네요. 기쁜 마음이 듦과 동시에, 더욱 중요한 것은 앞으로일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번 사건이 진영 논리에 휘둘리지않고 정말 우리 사회를 위한 정치란 무엇일지 함께 고민해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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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똑똑- 양배추가 준비하고 있는 또 다른 소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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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른 루트로 문화예술 생태계에 진입, 현재까지 이 영역에서 버텨내고 있는 양배추. 문화기획 혹한기(?)인 지금, '나만 힘든가?', '다른 사람들은 이 시기를 어떻게 버텨내고 있을까?',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교류의 장은 왜 없을까?'란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해 "2025 오늘의 기획자 캠프"를 개최합니다.
또래 동료 기획자들을 발견하고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시간. 그리고 더 나은 오늘을 만들기 위한 시간! 저희만의 방식으로 즐겁게 기획하기 위해 현재 후원(모금)을 진행 중이며, 참여자 신청도 받고 있습니다. 후원을 통해 마음을 전해주시는 것, 소식을 널리널리 전파해 주시는 것 모두 좋습니다. 무엇이든 저희에게 큰 힘이 되오니, 많은 응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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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여서 오캠!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링크 내 문의처를 참고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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