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부정할 수 없는 완연한 여름입니다. 한 달간 잘 지내셨나요? 최근에는 유독 예측할 수 없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듯합니다. 기상 데이터 수집, 대기 움직임 시뮬레이션, 그리고 전문가 해석까지 거쳐 발표되는 일기예보는 이렇게 많은 과정을 거침에도 불구하고 워낙 복잡하고 변덕스러워 틀릴 때가 종종 있다고 해요. 애초에 예보 기간이 길수록 정확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도 하는데요. 이는 마치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우리의 삶과 닮은 것 같기도 합니다.
이렇듯 인생은 예측할 수 없는 날들의 연속이기에, 지나간 시간을 점검하며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종종 느낍니다. 상반기의 끝이자 하반기의 시작인 7월을 맞아, 양배추는 잠깐 멈춰 각자의 상태를 점검하고 그 방법 또한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점검을 시작하는 계기나 방식, 도달하고자 하는 방향은 서로 다르지만 그를 통해 나를 알아차리고, 상태를 조정하고, 감정이나 습관을 정리한다는 것은 비슷하더라고요. 여러분은 어떻게 스스로를 점검하시나요? 여러분만의 점검 방법이 있다면 알려 주셔도 좋고, 이번 레터를 읽고 그 필요성이 느껴지신다면 이번 달이 다 가기 전에 자신을 되짚어 보는 시간을 꼭 가져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끝으로, 지난해 6월부터 시작해 약 1년간 여러분과 함께해 온 양배추 레터가 잠정적인 휴식기를 가지고자 합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놀라실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요. 레터가 아니더라도 오며 가며 자주 뵐 수 있을 테니 너무 아쉽게 생각 마시면 좋겠습니다. 일하기를 좋아하고, 일 속에서 자아를 찾고, 지역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던 저희의 작고 소소한 이야기에 따뜻한 눈길과 관심 보내 주셨던 또 다른 양배추 분들께 큰 감사를 전합니다.
무더운 여름- 마음만은 뽀송하게 지내시길 바라며, 양배추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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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 개의 칼날 속 파편화되는 나의 자아. 하지만 세상은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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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를 점검하다, 상태를 점검하다 등 점검이라 함은 왠지 기존의 상태로 돌아가는, 회귀하는 상태를 의미하는 듯하다. 나는 어떤 상태로 돌아가고 싶은 것일까 아니 돌아가고 싶은 것일까. 어디로? 무엇을? 왜? 이런 근본적인 의문이 들면 바로 나를 점검해야 할 때다.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태거든.
사실 매 순간 점검하는 성격이다. 엠 네 글자 티제이로서 분석-판단의 영역이 몸에 배어 그를를 즐기는 듯하다. 하지만 올해는 이 점검이 계속 밀릴 만큼 뭔가 나의 상태가 온전치 못했다. 최근 들어 다이어리를 펼치지 않은 날들이 많아졌다. 일은 계속 밀렸고, 매 순간을 미루고 회피하는 내 모습을 마주했다. 그런 나 자신에게 문제가 있음을 깨달았을 때, 본격적으로 나를 점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평소에 내 행동과 감정을 자주 들여다보는 편이다. 하지만 올해는 어쩐지 이전처럼 나 자신을 돌보지 못한 채, 피곤한 상태로 흘러가고 있었다. (다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내가 욕심이 많아서이다.)
내가 주로 점검하는 영역은 일의 성취도와 관계다. 이 두 가지가 안정적일 때 마음 역시 안정된다. 반대로 이 영역들이 흔들리면 점검의 필요성을 직감적으로 느낀다. 혼자 이동하는 시간에 깊게 생각하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듣지 않게 될 때가 되면 나를 돌아봐야 하는 신호라는 것을 알게 됐다.
점검을 마치고 나면 나는 다시 다이어리를 꺼내 한 주의 일정을 새로 적는다. 계획은 늘 작심삼일이지만, 삼일마다 다시 새롭게 계획하면 된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임한다. 하지만 올해 점검이 자꾸 미뤄졌던 건, 명확한 목표를 잃어버린 채 다양한 역할과 일을 감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목표 지향적이었던 내 삶이 목표 없이 흘러가자, 충전할 원동력마저 사라져 있었다.
사실 나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건 감정을 정의 내리는 일이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과 마주하면 그것에 매몰될 것 같은 두려움이 생긴다. 감정의 정의는 마치 좌표를 찍는 것 같아서, 그 방향만을 향해 나를 몰아가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그래서 때로는 상태를 정확히 정의하지 않고 중립의 상태에 머물려고 했다. 아무것도 아닌, 그 어디쯤에 머물러 있는 상태—지금 나는 백거이의 화비화(花非花)를 떠올린다.
화비화(花非花), 꽃인 듯 꽃이 아닌 상태. 피었으나 아직 완전히 피지 않은 꽃, 지려 하나 아직 지지 않은 꽃의 상태. 이는 정확히 지금의 나와 닮아 있다. 어쩌면 내 인생도 무언가로 정확히 정의되지 않은 채 계속 흐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상태를 정확히 규정짓고자 애쓰는 순간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진다. 그저 흐르는 상태를 받아들이고, 완전히 규정짓지 않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나는 올해의 시간 속에서 배웠다.
돌아보면 가장 안정적이고 건강했던 시기는 분명한 목표를 향해 움직일 때였다. 목표가 뚜렷하던 학생 시절이나 동료들과 성취를 향해 나아가던 직장인이었을 때, 나는 희망차고 단단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그때보다 나이 들었고, 목표가 흐릿해진 만큼 심적으로 혼란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글을 통해 전하고 싶은 건, 누구나 어느 순간 흔들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흔들림이 곧 방황이라고 정의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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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 부산 원툴 기획자. 연구자 기질을 가진 기획자가 모토로, 현재 그 기질을 열심히 쌓는 과정에 있다. 부산에서 이것저것 기웃기웃하고 있다. @rice_com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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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학교생활 하던 시절의 기록. 이때나 지금이나 열심히 살고 있는 것 같아 장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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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레터의 주제가 정해지고 첫 문장을 쓰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평소 내가 어떤 방식으로 스스로를 점검하는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게 ‘저는 생각보다 스스로를 잘 점검하는 사람이 아니더군요..’라며 글을 시작하려던 찰나, 문득 꾸준히 써오던 블로그가 생각났다. 처음 일상을 기록했던 게시물을 찾아보니 16년도.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도록 사용해오고 있다.
블로그에는 주로 일상, 여행, 관심사 등을 기록한다. 한창 활발하게 기록했던 시기에는 하루하루의 일상을 기록하기도 했는데, 어느 샌가 자주 들여다볼 틈이 없어져 최근 들어서는 주로 한 달 주기로 기록하고 있다. 그것마저도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뤄 지금도 거의 1년치 포스팅이 밀려 있다.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니, 지난 한 달을 되돌아보기 위해 필요한 두 세 시간을 만드는 것에도 은근한 부담이 생긴다. 기록을 위해서는 그 기간 내에 있었던 일을 기억해야 하므로 잊지 않기 위해 사진을 많이 찍는 습관이 생기기도 했는데, 사진을 찍으면 꼭 기록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도 함께 생겨 요즘엔 일부러 사진을 찍지 않기도 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꼭 기억하고 싶은 순간만 골라 남겨둔다고 해야 할까.
지난날을 회고하는 방법으로는 다이어리, 한 줄 일기 등 여러 방법이 있겠으나, 다소 게으르면서도 완벽하고 싶어 하는 나에게는 블로그가 꽤 괜찮은 플랫폼으로 느껴진다. 날마다 적을 칸이 정해져 있는 다이어리 같은 경우 하루라도 적지 못한 채로 넘어가게 되면 굉장한 스트레스로 다가와, 결국에는 펼쳐보기조차 싫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에 반해 블로그는 뜸하게 일상을 기록하더라도 거의 티 나지 않고, 변화하는 나의 상황에 맞춰 내키는 대로 글을 분류할 수도 있다. 수기로 쓰는 글은 일일이 고치기 번거롭지만, 온라인으로 작성하는 글은 수정이 용이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미처 지우지 못한 감성 듬뿍 담긴 글이나 과거 사진이 나도 모른 채 고이 보관되어 있을 수 있다는 건 단점일 수 있겠다. 하지만 갑자기 추억에 젖고 싶을 때나, 특정 시기에 내가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 궁금해졌을 때, 클릭 몇 번 만에 그 시절을 생생히 기억해 낼 수 있다는 건 매우 큰 장점이자 소중한 나의 자산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해내야만 할 일들을 하나 둘 클리어하는 과정 속에서는 순간순간 내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그 상황이 좋았는지 나빴는지 곰곰이 생각해볼 겨를이 없다. 어찌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그렇게 혼돈했던 상태에서 한걸음 물러나 뒤돌아봤을 때 더 선명해지는 것들이 있다. 오만 것들이 뒤섞여 있는 흙탕물도 시간이 지나 잔잔해지면 더러운 진흙은 아래로 가라앉고, 개중에 맑은 물은 위로 뜨기 마련이다. 그것을 들여다 보고 있자면 내가 어떤 것에 더 집중해야 할지 자연스레 알게 된다. 쳇바퀴 같은 인생이라 비슷한 하루하루가 연속되는 나날이지만, 그럼에도 스스로를 잘 알아차리며 나에게 필요한 것을 잘 마련해 준다면 조금 더 윤택한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한 해의 절반이 지나가는 이 시점에서 지난 상반기의 나를 가볍게 점검해 본다면,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쉴틈 없이 보내왔다고 할 수 있겠다. 이제는 틈이 필요한 시점이다. 알아차림과 실천은 또다른 영역이라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차차 고쳐나가 보기로 하자. 그러기 위해, 지난 1년 동안 밀린 일기를 쓰는 것부터 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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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혜 직장인 겸 독립기획자. 문화예술, 도시재생을 전공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부산에서 꾸려갈 만한 일은 무얼까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o_vvozl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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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기다리던 겨울, 재미있게 본 영화/드라마/책 ‘대도시의 사랑법’의 명대사를 당신께 보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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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밖을 나온 뒤, 낯설지만 재미가 넘치는 한 세계를 만났다. 그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사랑도 많이 받았다. 한 가지 부작용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너무 강렬한 감정을 느끼다 보니 무언가 끝날 때마다 큰 아쉬움이 남는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후회를 하고 싶지 않던 즈음 ‘오롯이’라는 단어를 알게 됐다. 어딘가 단단하고 이상하게 마음에 남는 말이었다. 그때부터 자주 사용했다. 나로서 오롯이 존재하고, 매 순간을 오롯이 느끼고 싶다는 마음으로 좌우명처럼 곁에 붙여뒀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오히려 이 단어에 얽매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기대에 맞춰 반응하거나 바쁘다는 핑계로 하루하루를 흘려보내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지 잊기 쉬웠다. 그럴수록 내가 ‘오롯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나를 조금 더 자주 들여다봐야 했다. 내가 어떤 마음인지 알고, 말과 행동 사이에 일관성을 가질 수 있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내가 오롯한지 점검하는 나만의 방법도 보이기 시작했다. 의외로 나는 누군가와 함께 있는 순간에 ‘나’로 존재했다.
믿기지 않겠지만, 나는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고 모두와 쉽게 친해지는 성격이 아니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사람을 만나는 것은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와 같은 오래된 관념 때문은 아니고- 운이 좋게도 사람들 속에 부대끼며 살아야 스스로가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일찌감치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나뿐만 아니라,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라서 누구와 관계 맺느냐에 따라 다른 사람이 되기도 하는데 그건 그 사람이 나쁘거나 불편해서가 아니라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기에 자연스럽게 타인과 감응하는 것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관계는 스스로를 비추는 거울 같다. 어떤 사람을 만나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어떤 대화를 하고 나면 하루 종일 피로하다. 그럴 때마다 나에게 묻는다. “지금 나는 이 관계에서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지?” 한편, 좋은 관계는 나를 나답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그래서 이런 신호들을 알아차리는 감각을 깨어두려 노력하는 편이다.
그리고 나는 생각이 아주 많아서, 오히려 누군가에게 말할 때 상태와 마음을 알아차리는 일이 제법 있다. 속으로만 생각할 때는 형체가 없는 감정들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존재를 드러내고, 무심코 내뱉은 말속에서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말은 힘이 있기 때문에, 말의 무게가 나를 좀 더 분명하게 해주기도 한다. 물론, 말을 하고 나서야 정리되는 감정과는 별개로 그 모든 걸 받아들이고 소화하는 건 혼자 있는 시간의 몫이다. 그렇게까지 했을 때 비로소 점검이 ‘완료’되는 것 같다.
지난 상반기는 부지런히 퍼즐 조각을 모으러 다니다, 갖고 있는 퍼즐 판이 내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리고- 나를 지탱하던 문이 닫히는 상실감과 잊고 지내던 문이 열리는 생경함 속에 속절없이 휘청거리는 시간이었다. 외부환경이 안정적이지 못하다 보니 더욱더 존재의 이유와 관계, 구조에 집중했다. 그래서 버겁기도 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한 번 더 ‘오롯이’ 살아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예측할 수 없는 삶이라 흔들리기도 하고, 잠시 나를 잃어버리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내가 누구였는지를 되짚는다. 오롯이 살아간다는 건, 나답게 살아간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나를 잃지 않으려는 일상 속 연습이라는 걸 조금은 알게 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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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영 어쩌다 마포구에 정착하게 된 기획자. 주4일은 일상예술창작센터에서 일하고, 주3일은 '진짜' 내 일과 나를 찾기 위한 작은 시도와 성취를 반복하고 있다. @orothy_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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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10번의 레터로 또 다른 양배추들을 만나온 저희. 아쉬운 마음을 담아 눌러쓴 편지를 전합니다. 지금까지 양배추 레터를 아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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